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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복 사랑니 뽑고 왔습니다. (발치 당일)

윤혜성 2019. 12. 7. 14:13

 

 

왼쪽 한 개, 아래 양쪽 두 개의 사랑니가 있었습니다. (오른쪽 위 사랑니는 몇 년 전에 뽑았어요.)

11월 중순쯤에 왼쪽 아래 사랑니 있는 곳 잇몸이 붓고 아파서 혹시나 싶어서 치과에 갔는데 엑스레이를 찍어 보더니 염증이 생겼다며 자기네는 못 뽑는다며 전문병원이나 대학병원에 가서 뽑으라고 하더라구요.

대학병원에서 뽑는다고 하면 소견서를 써준다고 했습니다만, 인터넷으로 발치요정님이 계신다는 곳을 찾아 봤습니다.

강남과 신촌 두 곳이 나왔는데 강남은 전화하니 안 받아서 예약하기 힘들었고 신촌은 후기가 반반이고 기록 세우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홍대에 있는 곳을 예약했습니다.

잇몸 염증은 감기약 먹으면서 이틀만에 가라 앉았서 예약 한 날짜에는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1월 27일 화요일

예약한 병원에 갔습니다. 얼마만에 가는 홍대인지 너무 변했더라구요.

지도를 보고 병원에 찾아갔는데 병원 보다는 작은 미술관 처럼 조용하고 편했어요.

엑스레이를 찍고 씨티를 찍었습니다.

 

왼쪽 아래 사랑니가 난 모습입니다.

어금니보다 폭도 넓고 뿌리가 깁니다. 의사쌤이 보시더니 치아가 큰 편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뿝리도 길구요.

오죽하면 제가 "짐승도 아니고 정말 크네요."라고 했고 쌤은 부정하지 않으셨어요.

엑스레이에서는 하치조신경관과 닿아 있지만 씨티에서는 떨어져 있어서 발치를 시작했습니다.

 

왼쪽 어금니 안쪽에 무통마취주사 두대를 맞았는데 "따~끔~해요"라고 하시면서 놔주시는데 내과에서 감기나 독감으로 맞는 주사보다 안 아팠어요.

혀 반쪽도 마취가 되는 주사라 약 맛?이 느껴졌는데 좀 쓰더라구요. 주사 맞을 때 느낌보다 약 느낌이 별로였습니다.

 

스케일을 한지 2년? 3년? 되서 스케일링도 했습니다. 시릴 수 있다는데 마취 되고 있어서 시린 것도 몰랐어요.

그리고 이제 사랑니 발치 시작!

잇몸을 그을 때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칼로 긋는 느낌도 안 났구요. 그저 '무언가 하고 있구나~'정도였죠.

위잉~ 거리는 드릴 소리가 나고 단백질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이를 조각 내고 빼내는 동안 온갖 소리가 다 들립니다. 어릴 때였다면 기계 소리가 무섭고 드릴 소리가 소름 끼쳤을텐데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더라구요. 그냥 멍~ 하니 입 벌리고 누워서 안고 있는 인형의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습니다.

 

위에 삐죽 나온 이를 잘랐는지 이게 튕겨서 혀 위로 떨어졌고 줍는 느낌이 나서 웃을 뻔 했어요. ㅋㅈㅋㅈ~

사진처럼 안에 파묻힌 이가 컸기 때문에 쌤이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염증이 생겼던 치아라 잘 흔들리는데 그러면 금방 빠지니까 걱정 마세요."

대략 저런 내용의 말씀을 하셨는데 몇 번 애를 쓰시더니 덧 붙이시더라구요.

"우리에게 그런 행운은 없었네요. 다른 방법을 써야 겠어요."

네. 어찌나 튼실하신지, 이틀 약 먹었다고 냉큼 가라앉은 염증에 타격을 받을 사랑니가 아니었던 거죠~

 

뽑으면서 쌤이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십니다. 나이 들면 치아가 뼈처럼 어금니와 턱뼈에 유착 된다구요.

20대에 치과에 갔을 때는 사랑니가 덜 자라서 안 뽑아도 된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튼실하게 자랄 줄 누가 알았겠습니다?

기구도 몇 번 바꾸신 쌤이 점점 말 수가 줄어 들었습니다.

"맞는 기구가 없어요" 와 "다른 방법으로 해볼께요"라는 말을 두, 세번 들었어요.

사랑니 발치 시 걸리는 시간이 길면 통증이 강하게 온다고하더라구요. 치조골도 많이 자르고 사랑니도 조각을 많이 낸 터라 발치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가장 안쪽에 있는 뿌리는 조각을 냈어도 병원에 있는 기구로 잡아 끄집어 내기에는 길이가 맞으면 각이 안 맞고 각이 맞으면 길이가 안 맞아서 힘들어 하셨구요.

입이 크면 안쪽이 잘 보여서 금방 뽑아 낼텐데 입이 작아서 힘들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더 조심하느라 그러셨던 것 같아요.

다시 드릴 소리가 들리고 조각을 꺼내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 튼실한 뿌리가 아직 안에 조금 남아 있는지 입 안에 작은 카메라?를 넣고 촬영을 하시더니 씨티를 찍자고 하십니다.

촬영하고 이때 조금 쉬었습니다.

 

 입에서 나는 피맛을 느끼며 씨티를 찍었습니다. 중간에 잠깐 쉬긴 했지만 몇 십분을 입을 벌리고 있던 터라 이때 조금 멍한 상태였습니다. '피곤하다' 가 맞는 것 같네요. 그리고 다시 발치 시작, 조금 남은 조각을 꺼내기 위해 너무 애 쓰시더라구요. 턱이 아픈 것은 아픈 거도 이젠 뺨이 너무 아팠어요. 아구가 아픈거였죠. 그러다 보니 이전보다 입이 더 안 벌어집니다.

오죽하면 쌤이 "환자분 쉬셔야 해요" 해서 아까보다 더 길게 쉬었습니다. 솔직히 이때 남은 조각이 문제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 그만 하자고 할까 속으로 100번은 생각했어요. 턱과 아구가 너무 아팠거든요.

입 안에 입을 벌리고 있게 만드는 기구를 끼워주셨는데도 힘들었어요. 망할 사랑니 같으니라고!!

매복 사랑니를 뺀 후기에서 입이 안 벌어진다고들 한 이유는 하도 벌리고 있느라 근육이 혹사 당해서 그런 거였나 봐요

뺨을 열심히 문질렀습니다.  문지를 때마다 피가 뿜뿜 나왔지만 빨리 끝내야 하니까 그건 나중 문제입니다.

 

쌤은 제가 쉬는 동안 환자 한 분을 받으셨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뽑았는데 금방 가시더라구요. 되게 부러웠어요. ㅜ..ㅜ

그리고 다시 저 혼자 덩그러니 누워 발치를 계속 했습니다.

겨우 겨우 꺼내고 나서 옆 베드에 환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안도했어요. 행여나 사람이 밀린 상태면 어쩌나 걱정 했거든요. 너무 오래 걸려서 제게 미안하다고 하는 쌤에게 오히려 제가 죄송하다고 사과 드리고 대기실로 진료실에서 나오니 대기석이 만석이었습니다. 기다리시는 분들한테도 죄송했어요.

건조해서 마른 입술이 부어서 갈라졌더라구요. 마스크 없었으면 큰일 날뻔 했어요. 풀린 눈과 입을 본 환자 몇 분이 놀라시던데 아니  놀라지 마세요. 이건 쌤 잘 못이 아니에요.

 

5~10분이면 끝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한 시간 좀 안되게 걸렸다고 하더라구요.

오른쪽 아래 사랑니도 뽑아야 하는데 이것도 오래 걸릴까봐 걱정입니다.

 

다음은 발치 후 경과일에 따른 입 주변 감각의 변화에 대해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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