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글] 성향나누기 - 2002/04/25 12:27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부치냐 팸이냐는 성향에 대한 질문들이 오고 가고 그에 따른 설명들도 붙여지기 마련이다.
나 또한 부치냐 팸이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고 은연중에 상대에게 답을 요구하곤 하지만 그때마다 왜 그것을 먼저 묻게 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오렌지나 귤이냐 묻는 것 같지만 시장바닥도 아니고 검정 비닐봉지 들고 돌아다니면서 주워 담기 식으로 묻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면 성향이라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은연중에 성향을 묻게 되는 것은 "네 이름은 무엇이니?", "몇 살이니?"라고 묻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 같은데 저런 질문 또한 처음에만 중요하다 여겨질 뿐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지 나이가 몇 인지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고 그때뿐인 질문인 것처럼 성향 또한 그저 일시적인 질문이 아닌가 하지만 관계를 지속하는 중에도 그것은 거론되어지고 가끔은 당혹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자면 "나는 부치야."라고 했는데 정작 하는 행동이나 외모나 간간히 보이는 모습들이 부치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것, 반대로 "나는 팸이야."라고 해도 부치처럼 보이는 모습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전히 성향을 나누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여기서 부치와 팸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이는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 누구하나 명쾌한 대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흔히는 짧게 말 해 부치는 "남성스러움"이고 팸은 "여성스러움"인데 그럼 과연 남성스러움은 무엇이고 여성스러움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 단지 내가 생각하는 "남성스러움"은 날아다니는 바퀴벌레가 지나가도 "음…….벌레군."하면서 "턱!"하니 때려잡는 것이고 "여성스러움"은 작은 개미를 보며 "꺅! 꺅!"거리며 소리 지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요리 하는 것을 즐기는 부치는 남성스러움이 없다는 것인가? 아니다. 이럴 경우에는 "자상하다."라고 말을 한다. 잘 다독거려주고 장작도 잘 패고 (때가 어느 때인데) 포용력도 있으며 넓은 어깨와 듬직한 가슴이 있을 때에는 "힘 좋다~." , "터프하다.", "카리스마가 있다." 라고 하지 절대 "남성스럽다"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을 읽다보면 내가 말 하는 "남성스러움"에 비유한 것이 터프하고 힘 좋고 자상하다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보편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발상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뿐이다.) 이쯤에서 질문을 하나 할까 한다.
이 글을 읽으며 분노를 한다거나 공감을 한다거나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기 없다거나 상관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부치, 팸은 무엇인지 알려주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나에게 성향을 물으면 난 이렇게 답한다. "그건 왜 물어 보는데? 알면 어쩌려고?" 관계를 형성하기에 상당히 시비조인 말투이나 정말 부치면 어쩔 거고 팸이면 어쩔 것이냔 말이다. 상대에게 부치냐 팸이냐를 묻기 전에 자신의 성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었다.
내 성향을 밝히자면 완전한 부치. 팸은 없다고 보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일뿐이다. 그럼 전천후냐고 묻는다면 부인하지는 않겠다. (그렇다고 해서 전천후를 "바이"와 같은 맥락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단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성향에 맞출 뿐이니 말이다. (맞추지 않으려고 해도 맞춰진다. 이것은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상대방이 어느 날 배고파 쓰러지려 한다면 기꺼이 앞치마 두르고 밥상을 차려 갖다 바칠 수고 있고 세탁기나 비디오가 고장 나면 A/S부르면 돈이 드니 고칠 수 있는 거라면 낑낑거려 볼 수도 있고 앙탈이나 바가지도 긁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과 이반, 남자, 여자를 나누는 것에 대해 다들 말이 많은데 (나도 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일반, 이반 나누는 것과 (남자, 여자) 부치, 팸 나누는 것이 무엇이 다르단 말인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저 의식 속에 자리 잡혀있는 부치와 팸으로 나누었을 경우 그럼 밤이고 낮이고 부치는 부치다워야 한단 말밖에 더 되냔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세상에 100%부치, 100%팸이란 없다. 100% 부치는 "다이크" 혹은 "마초"라고 불리게 되고 100% 팸은 "정말 여자"라고 표현 되어지는 것이 우리가 꼭 이성애 교육을 받아서는 아니라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성애자게? 하긴 학교에서는 동성을 사랑하라 가르치진 않는다. 그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해서 아기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론은 가끔 비디오를 통해 보여주곤 했다.) 이론상 그러하다는 것이 세뇌처럼 작용할 뿐이라 생각한다. 단지 100%에 가까운 부치, 100%에 가까운 팸, 중립과 양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고민을 하는 전천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성향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거론 되어질 것이며 그때마다 자신이 부치나 팸이라 믿었고 당연히 그렇지 않은가? 라고 생각을 했던 사람들도 또 다른 이론이 나타나면 그것이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이 있을 경우 다시 고민을 하게 될 것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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